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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_위기청년을위한안전한공간_청년맞춤형지원사업 결과자료집

기고/이정현(사무국장)

by 일하는학교 2022. 5. 2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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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정현 (청년맞춤제작소in성남 소장)

(자료집 원문)

220329_청년맞춤형지원사업_결과자료집.pdf
16.0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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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재단

청년재단은 청년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합니다.

kyf.or.kr

2019년부터 지금까지, 성남제작소에는 82명의 청년들이 찾아왔고 이 공간을 기반으로 각자의 꿈과 삶의 방식을 찾으며 살아갔습니다.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3년여의 제작소 활동과정에서 가장 큰 의미를 느끼는 부분은, 청년들이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발휘하며 성장해가는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확실하고 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안전한 시간들이 필요하고, 우리는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맞춤형지원사업은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청년을 모집하여 진행되고, 1년 뒤에는 새로운 청년들을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다른 청년사업들과 비교하면 1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지만,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는 1년은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제작자들은 새로 모집된 청년들에 집중해 만나면서도 한편으로 아직 진로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전 기수 청년들을 만나고 돕는 역할을 병행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누적된 문제들이 청년기에 와서 더 극적인 위기로 드러나는 경우들이 많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1년이라는 시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발 나아가면 두 발 물러나야했고 오래 쉬면서 회복해야했고 그 시간을 함께 견딘 뒤에야 다시 한발을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실패했던 자리에서 마냥 머물고만 있는 청년은 없었습니다. 회복의 시간을 거치고 나면 모두들 다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시행착오의 시간 동안 함께 기다리며 머물러주는 사람, 제작자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시행착오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재촉하고 싶고 쓴소리를 하고 싶고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고 그러다가 마음이 지치면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놀랍고 가슴 벅찬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을 부끄럽게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청년A는 20대가 되고나서 가족과 절연하고 1인 가구 생활을 이어온 고립청년이었습니다. 처음 제작소를 찾아왔을 때는 수년간의 고립된 1인가구 생활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았지만, 가족에도 학교에도 직장에도 속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심리적 특성과 문제 때문에 무언가 열심히 시도하다가도 갑자기 중단되곤 했습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가 멈추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했습니다.
다행히도 A는 완전히 지쳐 쓰러진 것 같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경제적 위기를 겪고 진로활동을 중단하고 은둔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는 시행착오의 과정에 다시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취업하고 적응하고 그만두고 다시 취업하는 취업생활 적응과정에 또 1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기별로 애로사항지원, 직업훈련 지원, 제작소 특화프로그램, 인턴십 프로그램, 심리상담지원 등의 맞춤형지원들이 A가 다시 시작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직 알바경험만 있었던 A는 사무기술을 배우고 사무직 인턴십을 경험하고 기획·마케팅 분야로 취업해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밟아가는 데에 많은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A가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습니다.
청년B도 혼자 살아가는 청년이었습니다. 개발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스스로 생계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느라 진로문제 해결에 집중해보지 못했고 뒤늦게 시작해서 개발자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지 못해 감히 시작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맞춤형지원사업은 청년이 꿈꿔온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첫해는 몇 가지를 경험하고 도전하는 정도로 지나보냈지만, 2년차에는 본격적으로 직업교육을 받았고 3년차에는 희망하던 분야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B는 함께 세웠던 진로활동계획에서 벗어나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중간중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생활비도 벌어야하고, 불편한 원가정과의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진로목표를 인정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도 싸워야하고 그러면서도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고 실력을 키워야하고. 그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극복해야하니 B가 그 시간동안 겪었을 불안과 압박감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제작소 선생님들은 B의 시행착오의 시간들을 함께 견디며 B가 힘을 내려고 할 때를 기다렸습니다. B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제작소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B는 이제 개발자로 취업해 직장생활에 잘 적응했고, 멘토나 후원자 역할로 제작소 운영에 기여하고 싶어합니다. B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포기하고 싶어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청년맞춤제작소는 프로그램 회수, 참여 인원 등 양적 성과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청년사업이나 청년공간과는 차별되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생겼고, 시간의 제한없이 나의 문제를 드러내고 의논할 수 있는 친밀한 상담사이자 선생님이 생겼고, 비슷한 환경과 문제들을 고민하는 동료·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또 하나의 학교이자 쉼터와 같은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과 사람들을 통해서 청년들은 회복할 수 있었고, 여러 차례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과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간과 시간을 제한하고, 많은 참여인원이나 취업 실적을 규정하고, 직접적인 직업훈련만으로 지원범위를 한정하는 사업이었다면 청년들의 이런 변화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청년맞춤형지원사업은 2021년을 끝으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성남이나 원주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작소는 사라지더라도 많은 제작자 선생님들이 맞춤형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들이 이후 각 지역의 청년지원사업에 의미있는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년맞춤형지원사업은 종료가 되었지만, 이후에 청년재단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과 사업들도 맞춤형지원사업처럼 청년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관계가 연결되는 방식이면 좋겠습니다. 청년 한사람 한사람에 귀기울이고 각각의 상황들을 맞춤형지원하는 데에 적합한 행정적 체계를 지속해가면 좋겠습니다.
맞춤형지원사업을 통해 함께 했던 청년, 제작자님, 청년재단 담당자님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다른 활동, 다른 사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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