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 위기청(소)년, '일하는학교'에서 일과 자립을 배우다!

관리자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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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청년'이라 하면 패기와 도전을 떠올린다. 
하지만 패기 있는 도전이 어려운 청년들이 있다.

학교밖청(소)년,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등을 아울러 일컫는 위기청(소)년이다. 

교육부가 2023년 발표한 '학업중단 위기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에 따르면 학교밖청소년(학교 중퇴)은 전국 17만 명으로 추정되며, 그 중 4만 명은 아무런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은 54만 명으로 추정되며, 그 중 24.1%는 취업실패, 23.5%는 대인 관계 어려움 등으로 고립‧은둔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된 위기청(소)년들에 대해 정신상태가 나약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정현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상임이사는 그들의 ‘억울함’을 먼저 보았다고 한다. 이정현 상임이사는 "위기청(소)년이 일반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제일 큰 차이는 가정환경"이라며 "'위기청(소)년이 노력을 안 한다,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 그것이 부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를 전공한 이정현 상임이사는 학교밖청소년 대안학교에서 7년간 일한 후 2013년 위기청(소)년이 일상을 회복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이하 일하는학교)'설립에 참여했다. 현재 일하는학교 직원은 사회복지사, 상담사, 교육전공자 등으로 구성돼있다.  

▲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사회학자,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 ⓒ라이프인 


사회학자이자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인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은 29일 라이프인 온라인 토크프로그램 '주제가 있는 대화'에 '고립된 청년들의 길 찾기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걸고, 이정현 일하는학교 상임이사와 청중을 초대해 일하는학교의 사업대상과 사업활동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위기청(소)년들은 안정된 집이나 컴퓨터가 없거나 생계형 아르바이트, 고립감 또는 우울감, 의사소통 및 관계형성의 어려움, 학교중퇴 및 학습경험 부족, 어려움을 의논할 관계 또는 격려 및 응원해주는 관계가 없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하는학교는 위기청(소)년의 '일'과 '자립'을 추구하면서 그들에게 ▲1단계 '일상회복' ▲2단계 '진로탐색' ▲3단계 '일과 자립' 등으로 단계별 교육을 지원한다. 위기청(소)년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분야의 정보와 기술을 교육하고,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엔  지지할 수 있는 관계가 돼준다. 

▲ 이정현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상임이사의 발표자료 중 일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1단계 ‘일상회복’에서는 제일 먼저 '괜찮은 하루'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자신이 직접 세운 목표를 달성 및 인증하는 습관을 들이게 한다. 각자 세운 목표는 아침 기상 후 하늘 사진 찍기, 20분 밖에서 걷기, 혼자 옷 사고 오기 등 다양하다. 또한 담임 멘토가 약 1년 동안 담당 위기청소년에 밀착해 위기를 극복하고 프로그램 참여 중단을 예방하면서 위기청소년의 자기이해와 진로계획 설계를 돕는다.  

2단계 '진로탐색'에서는 3개월 동안 '길 찾기 학교'를 통해 목공, 커피 제조, 요리, 수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직접 배우고 경험해본다. 위기청(소)년들이 몇 달을 고민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단계 '일과 자립'에서는 '꽃길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에 직접 출퇴근하고 일해 보는 '일 경험 인턴십'에 참여한다. 현직자 멘토링으로 근무환경, 미래전망,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배운다. 

일하는학교에 일 경험 업무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 현재 100개 이상이며 약 3분의 2 정도가 이상이 비영리 또는 사회연대경제 영역 기업이다. 정시 출퇴근, 직장 분위기 및 업무파악에서의 어려움, 감정기복으로 인한 잠수 등 위기청소년이 일을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비영리나 사회연대경제 영역 기업은 위기청(소)년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도 일반 영리기업에 비해 너그러운 편이다. 이정현 상임이사는 100여 개의 참여기업 중에서도 특히 위기청(소)년들과 관계형성에 애써주는 기업으로 △지역사회에서 음식업을 운영하는 '꽃피는신뢰 사회적협동조합' △스포츠휠체어를 제조하는 '휠라인'을 손꼽았다. 


이정현 상임이사는 위기청(소)년의 일 경험 인턴십에 대해 "처음 소개로 간 경우는 오래 있지 못하더라. 그 이후 자기 스스로 취업하는 곳에서 정착하더라" 그리고 "꾸준히 일하는 청년은 대부분 자립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기청소년이 온전히 자립하기까지 여러 번의 기복이 있고 경험누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년차 개발자인 청년 A씨와 5년차 어린이집 교사인 청년 B씨도 첫 취업 후 적응에 실패했으나 재취업 및 세 번째 취업에서 적응에 성공하고 현재까지 일을 지속하고 있다. 이정현 상임이사는 그들의 취업 실패와 재취업 성공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언가 하려고 할 때 이곳(일하는학교)에서 뒷받침해줄 거란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일하는학교의 교육과정에 참여한 위기청소년 208명 중 첫 취업 및 직업 적응 달성(3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는 135명(64.9%), 스스로 이직 및 경력개발 가능한 경우는 55명(26.4%)에 이른다. 

스스로 꾸준히 일하며 자립에 성공한 일하는학교 졸업생에겐 조합원 가입을 권한다. 그렇게 조합원이 된 수는 50여 명이다. 조합원으로서 처음 온 위기청소년과 어울리거나 홍보하는 등 가벼운 수준의 활동가 역할을 하게 된다.

일하는학교는 작년까지 성남시에서 '학교밖청소년 대안교육지원' 명목으로 지원비를 받아 운영돼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되고 해당 업무를 교육청에서 맡게 되면서 지자체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일하는학교는 재정상 어려움을 겪으며 직접 후원자를 모집했다. 이정현 상임이사는 "이전엔 지자체 지원금 때문에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젠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면서 필요한 모델을 구현하게 돼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공적지원은 최소로 받고 재정적으로 자립하면서 운영해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를 통해 성장한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가 많아져서 위기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일 경험)일터가 많아지면 좋겠다. 나중엔 현장에서 발을 떼고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연구조사를 하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다"며 현재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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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링크: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8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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