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사무국장 기고)
민주(가명)는 늘 지쳐있다.
어깨는 처져있고 눈에는 초점이 없고 겨우겨우 다리를 끌며 터벅터벅 움직인다. 항상 제대로 잠을 못잤고 밥을 굶었고 억울하거나 화나는 일이 있고, 빚과 벌금과 법적인 사고들이 연결되어있다.
민주는 참 만나기 어렵다. 나는 늘 쫓아다니고 민주는 달아난다. 약속을 잡아도 지키지 않고 온갖 핑계를 붙여 피한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어찌할 수 없이 허물어진 상태가 되어서야 만나게 된다.
더 이상 머물 수 있는 집이 없어졌거나 빚을 갚아야하거나 법적 문제를 처리해야하거나 감당하기 힘들게 아프거나
오늘은 민주가 허물어진 날이었다. 나를 마주치고도 등을 돌려 멀어지려는 민주를 불러세웠다.
"밥 먹으러 가자."
"밥 생각 없어요.. 그런데 연어가 먹고 싶어요."
허물어진 민주는. 비로소 솔직하고 겸허해진다. 그토록 꾸미고 감추고 피하던 진실한 이야기들을, 조금 내비친다. 정감있는 대화가 이어진다.
피하기를 포기한 민주는 밝고 친절하다. 이런 민주의 표정을 오래 보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민주가 이런 사람이라고 알게 되면 좋겠다.
"선생님은 나를 믿나요?"
민주가 식사를 멈추고 엉뚱한 물음을 던진다.
"너의 뭐를 믿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사람이든"
"글쎄. 나는 네가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알지 못하지만."
민주는 뭔가 생각하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 식사를 이어간다.
"선생님들은 내가 안미워요?이 나이 먹도록 사고만치고 말도 안듣잖아요."
"내 인생은 끝난거 같아요. 정신병 걸리고 몸도 안좋구 돈도 없고 일도 오래 못해요"
혼자 늘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겠구나.
화를 내야 할까. 함께 울어야할까.
당장은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민주는 식사를 마치고 밝은 얼굴로 떠나갔다.
며칠 뒤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이번에는 지킬까.
아니면 또 허물어진 날을 기다려야할까.
민주의 삶은 언제쯤 안전해질까.
(이정현 사무국장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