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학교의 출발점은 학교 밖에서 만난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초기 구성원들은 대안학교에서 이 청소년들을 만나던 교사이자 자원활동가였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난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위기와 고립은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위기청소년'에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지만, 성인이 된 '위기청년'에게는 거의 비어 있습니다. 학업이 중단되고, 가족의 지지가 끊기고, 일자리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에게 갑자기 '이제 어른이니 스스로 자립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일하는학교는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201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취업과 자립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청년들과 함께 걸으며, 자립으로 가는 길에 채워야 할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하나씩 배워 갔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든 청년이 늘어나자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교육과 상담만으로는 부족해 카페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지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함께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운동하는 모임을 꾸렸고,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식생활을 지원하고 소액대출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일하는학교의 사업은 청년들이 살아낸 현실에 응답하며 한 걸음씩 넓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지는 데에는 3년이 아니라 5년, 7년,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하는학교는 '학교'라는 이름을 넘어 '공동체'가 되었고, 청년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고자 합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거쳐 간 청년들이 동료 직원과 조합원이 되어 다음 청년의 곁을 지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위태로웠던 시간을 건너온 그들의 단단함이 일하는학교를 지탱하고, 다시 다음 청년에게로 이어집니다. 일하는학교는 이 선순환을 후원자와 협력기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시작했든, 누구나 회복하고 자립할 진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믿음에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이사장 이정현